달산봉

<< 달산봉 >>
• 달산망, 탈산봉, 망오름
• 서귀포시 표선면 번영로 하천리 1043
• 표고 136m 비고 87m

오름의 모양이 달처럼 생겼다 하여 '달산'이라 하고, 한라산에서 멀리 떨어진 오름이라는 뜻으로 '탈산'으로도 불렸다. 정상에 봉수대가 세워져 있어 '망오름'이라고도 하며 '탈산봉, 달산봉'으로 불린다.
서쪽 사면 등성이에는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고, 동쪽 사면은 가파른 편이다. 상여 및 제에 쓰이는 무거운 물품들 운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내가 가진 별명 중 하나는 '최단거리'이다. 두 점을 선분으로 연결하는 가장 짧은 거리를 뜻하는 이 별명의 소유자답게 불필요하게 굽어진 길은 좋아하지 않는다. 산에서 자꾸 길을 잃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눈앞의 길을 돌아가기는 싫었다.
달산봉의 진입로에 세워진 안내지도를 보다가 황당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든 걸 네 뜻대로 할 수는 없다는 듯, 이곳의 등산로는 지그재그로 여러 번 방향을 바꾸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되어 있있다. 중간에 선 하나만 그으면 아주 쉽고 빠르게 거리를 단축할 수 있을텐데...

그러나 어느새 퉁퉁거리며 지도를 보던 나는 어디 가고, 멀미나게 휘어지면서 정상으로 인도하는 길의 매력에 빠진 내가 걷고 있었다. 비효율적이라고만 생각했던 그 길은 나에게 달산봉의 이름 없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들꽃과 나무들,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예쁜 나비들 등 걷는 내내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다.

정상까지만 가면 된다는 생각에 그 과정을 무시하고 지나쳤던 오름이 지금까지 몇 개나 될까. 구불구불 휘어진 달산봉의 길에서 매달 제주를 찾아왔던 지난 여정을 떠올렸다. 많은 오름을 오르며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툴툴거리며 시작했던 달산봉의 등산로는 내가 그 동안 만나왔던 오름들을 다시 떠올려보며 그 때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소중한 길로 남아 있다.

초여름이 되고, 다시 달산봉에 올랐다. 나무 사이로 난 굽이진 탐방로를 걸었다. 옅은 새순이었던 잎들이 넓은 잎사귀가 되있고, 그 덕분에 숲은 한낮에도 짙은 그늘이 졌다. 바람에 흔들린 나뭇가지와 그 순간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갈 길을 안내해 준다. 숲이 내이준 기운을 흠뻑 마시고 돌아왔다.

달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