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의 동굴

만장굴 특별탐험대

"동굴에는 밤낮이 없다. 시간의 흐름도, 방향감도, 공복감도, 도시의 소음도, 공해도, 아직은 동굴속에는 침입이 안되고 있다." -1973년 제주도지 제59호, 부종휴

동굴 안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갈 수 없었다. 혹시라도 파손이 될 경우,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다시 수거하기 어렵고 또 피부에 닿는 부분에서 빛이 나오는데, 빛을 내는 모든 물건을 가져올 수 없다는 김련박사님의 주의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탐험 중간에 모든 랜턴을 끄고 칠흑의 어둠을 경험할 수 있었다. 눈을 떠도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지만, 나는 오히려 눈을 감았다. 어느새 시각으로 즐기던 동굴 탐방은 청각 또 후각의 여행으로 바뀌었다. 매일매일 너무 많은 것을 보느라 고생한 눈에게 어둠을 선사하고, 그제야 동굴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았다.


약 7.4km의 탐방 중 마지막 300m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동안 줄에 매달리고, 기어가고, 걷는 것 등 뭐든 같이 했던 대원들과 떨어져 한 명씩 걸어나가기로 했다. 박사님은 고민과 걱정이 있다면, 이 어둠에 두고 가라고, 또 생각을 해도 좋고, 그냥 걷기만 해도 좋다고 하셨다. 4번째로 출발한 나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모든 탐방이 끝나는 곳에는 자연의 빛이 황홀하고 내려앉아 있었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센터, 연구소, 팀원들의 박수와 사진작가님의 사진촬영이 나를 반겨주었다. 2022년 10월 2일, 잊지 못할 날이다.

용암동굴계의 상징과도 같은 만장굴의 비공개 지역을 비롯한 전 구간을 탐험하며 용암동굴에 대해 배우는 시간은 정말 유익했다. 한국동굴연구소의 김련박사님께 동굴의 낙반, 밧줄 구조, 선반, 유선등의 지질학적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습을 담을 사진이다.

"차원이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었다.

세계 자연유산은 '최상의 자연 현상이나 뛰어난 자연미와 미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을 포함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그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곳, 바로 대한민국 세계 자연유산이 제주에 있다.

제주의 전 지역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신데요. 실제로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의 응회구>, <검은오름 용암동굴계>이다.

'제주의 동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종휴선생님과 꼬마탐험대  (0)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