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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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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굴 특별탐험대 "동굴에는 밤낮이 없다. 시간의 흐름도, 방향감도, 공복감도, 도시의 소음도, 공해도, 아직은 동굴속에는 침입이 안되고 있다." -1973년 제주도지 제59호, 부종휴동굴 안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갈 수 없었다. 혹시라도 파손이 될 경우,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다시 수거하기 어렵고 또 피부에 닿는 부분에서 빛이 나오는데, 빛을 내는 모든 물건을 가져올 수 없다는 김련박사님의 주의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덕분에 우리는 탐험 중간에 모든 랜턴을 끄고 칠흑의 어둠을 경험할 수 있었다. 눈을 떠도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지만, 나는 오히려 눈을 감았다. 어느새 시각으로 즐기던 동굴 탐방은 청각 또 후각의 여행으로 바뀌었다. 매일매일 너무 많은 것을 보느라 고생한 눈에게 어둠을 선사하고, 그제야 동굴은 어떤 냄새가 나는..
부종휴선생님과 꼬마탐험대 1945년 김녕국민학교 5학년 2반에 부종휴선생님이 부임하셨습니다. 2학기에 과학반, 음악반, 탐험반이 만들어졌습니다. "해방된 나라를 위해 과학자, 음악가, 탐험가를 키워내는 게 내 할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김두전님의 인터뷰...) 학생 30여 명으로 구성된 탐험대는 조명반, 보급반, 측량반으로 역할을 나눠 맡아 탐험을 시작했습니다. 짚신을 신고, 횃불을 들고, 줄자와 측량 노트, 도시락을 챙겨 떠난, 수차례의 탐험 끝에 오랜 세월 잠들어있던 만장굴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꼬마탐험대는 1구간을 출발했고, 저는 3구간에서 출발하여 탐험을 하는데, 만장굴의 중간에서 스쳐 지나가는 상상을 했습니다. 저는 짚신 대신에 튼튼한 등산화를 신고, 횃불과 등유 대신에 건전지를 넣은 헤드랜턴을 쓰고 있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