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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읍

궁대악

• 궁대악, 궁대오름
• 서귀포시 성산읍 금백조로 548
표고 238m
비고 54m
둘레 1,858m
면적 209.701m²

오름의 허리 부분이 마치 '활 궁'모양의 띠가 둘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된 명칭이다.

궁대악의 안내표지판을 보고 있노라니, 이렇게 주관적인 안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나 지형지물로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라, 분 단위로 어느 지점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안내되어 있다. 나는 오전과 오후 걷는 속도가 다르고, 또 밥을 먹기 전과 먹은 후의 걸음 속도도 다르다. 비나 눈이 올 때처럼 기상 상황으로 인한 영향도 무시 못 할 텐데 안내판은 이곳까지 5분, 10분, 이런 식으로 적혀 있었다. 걱정이 앞선다.

나는 어느 길로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안내판에 의하면 첫 번째 기준점까지 5분이 걸린다고 했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아 갈림길이 나왔다. 기우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생긴 오차는, 나와야 할 시점에 나오지 않는 통제문,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도착해버린 흙탕물 웅덩이로 이어졌다. 시간의 오차가 빛어낸 잘못된 방향 전환도 한몫 했지만 결국 해의 방향에 의지하며 가야 할 길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가을, 나지막해도 전망이 좋은 오름이다

그러나 숲 안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니 해가 보이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오로지 감에만 의지해야 한다. 안심이 되는 점이라면. 지금 걷는 길이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다저진 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익숙함이 느껴졌다. 꿈에서 걸어본 길, 혹은 전생에 다니던 길처림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찾아보았다. 이 길이 익숙했던 건 꿈에서 보거나 전생에 다녀갔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이 길을 한 시간 전에 지났기 때문이었다. 나무 사이사이로 난 길이 예쁘다며 찍었던 사진. 궁대악에 올라 한 바퀴 돌고, 나가는 길을 발견하지 못한 채 또다시 둘레길로 진입해 버린 것이다. 한참을 걷고 나서야 알아차리다니. 지도만 있으면 지구 어디에 있어도 자신 있게 길을 찾아가며 여행할 수 있는데, 유독 산에만 가면 정신을 못 차린다. 갈림길이 나와도 걱정이없다고, 나의 뛰어난 동물적인 방향 감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일기장에 한 번 적어봤으면...

책 <올라! 제주오름>의 사진

길을 잘못 선택하거나 아예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내게도 요령이생겼다.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표시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거나, 그림으로 그려두기, 어떤 이유를 가지고 묶여있는지 모를 리본 하나가 내가 나아갈 길을 찾아주는 고마운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나치럼 산에서 길눈이 어두운 사람이 묶어둔 것일까? 가끔 베어야 할 나무에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던데, 이 쇠막대도 뽑아서 치위야 한다는 표식일까? 숨겨진 사연이 있거나 또는 아무 이유 없는 리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게는 불안함을 던져버릴 수 있게 해주는 작은 표시, 붉은 리본이었다.

[카카오맵] 궁대악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4711-8

궁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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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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