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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름과 전설

영주산과 무선돌

영주산이 있는 이 마을에 가난하지만 효심이 지극한 한 청년이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연로하신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봉양하는 그 청년을 기특하게 여겼다. 어느 날 청년은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갔다가 물을 긷는 한 여인을 보았다. 청년은 여인의 고운 얼굴과 자태에 반해 매일 그녀를 만나려고 마을의 길목을 지키고 서 있었다.

청년에게 이제 어머니는 중요치 않았다. 연정은 점점 커져만 갔지만, 청년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부잣집 여식이었기에 그녀를 늘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청년의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청년이 병든 어머니를 내팽개쳐서 돌아가신 거라며 뒤에서 수군거리고 그를 비난했다.

얼마 후 청년은 우연히 길을 지나던 그녀를 만나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그리워만 하던 사람을 드디어 만난 청년은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마침 그 광경을 목격한 그녀의 아버지는 외간 남자와 이야기를 나눈 딸을 용서할 수가 없어 딸을 집에서 쫓아내고 말았다. 갈 데가 없었던 그녀는 청년이 사는 마을을 찾아갔지만,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가 없어서 함께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그때 마침 하늘에서 날벼락이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사랑에 눈이 멀어 부모를 등진 청년과 여인의 행동에 하늘이 노한 걸까. 날벼락을 맞은 이후, 청년은 영주산의 무선돌이 되고, 여인은 영주산의 하늘이 되어 평생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영주산의 산정부를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하늘을 보면 그리움이 쌓이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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